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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 권여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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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 권여선

북스지기 2025. 11. 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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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의 "오늘 뭐 먹지?"는 제목만 보면 단순한 음식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기면 곧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음식 이야기를 빌려 삶의 기억과 관계, 그리고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풀어내는 산문집이다. 작가는 술을 사랑하는 애주가답게,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도 늘 술을 곁들인다. 그래서 이 책은 사실상 ‘오늘 안주 뭐 먹지?’라는 질문에 더 가깝다. 그러나 그 질문 속에는 단순한 식욕을 넘어, 누구와 함께 먹을 것인가, 어떤 기억을 다시 불러올 것인가라는 깊은 사유가 숨어 있다.

책은 계절을 따라 흐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환절기. 각 계절은 그 계절의 음식과 함께 작가의 기억을 불러낸다. 봄의 순대는 대학 시절의 풋풋한 추억을, 여름의 물회는 더위를 견디던 가족의 정성을, 가을의 갈치조림은 집밥의 따뜻함을, 겨울의 꼬막은 삶의 소소한 기쁨을 상징한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기억의 저장소이자 관계의 매개체다.

봄 이야기는 순대에서 시작한다. 대학 시절 선배들과 갔던 순대촌에서 처음 순대를 먹던 날, 작가는 자신이 이제 웬만한 안주는 다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때의 순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성장과 독립의 상징이었다. 이어서 김밥, 만두, 부침개 같은 소박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봄의 음식들은 언제나 청춘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여름은 이열치열의 계절이다. 물회, 콩국수, 오이지, 깡장 같은 음식들이 등장한다. 여름 음식은 시원해 보이지만, 사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그 과정 속에서 작가는 엄마의 정성을 떠올린다. 술과 함께하는 매운맛, 시원한 국물 요리의 매력은 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게 한다. 여름 이야기는 단순한 음식 묘사를 넘어, 가족의 사랑과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가을은 다디단 맛의 계절이다. 국수, 무조림, 갈치조림, 김치제육볶음 같은 음식들이 등장한다. 가을 음식은 따뜻함과 달콤함을 품고 있다. 작가는 가을의 음식들을 통해 집밥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집밥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위로와 안식을 주는 존재다. 가을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그리운 맛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은 처음의 맛을 되찾는 계절이다. 감자탕, 꼬막조림, 어묵 한 꼬치 같은 음식들이 등장한다. 꼬막을 통해 작가는 새꼬막과 참꼬막의 차이를 알게 된 일화를 소개한다. 겨울 음식은 몸과 마음을 녹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추운 계절에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은,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한다.

환절기는 소소한 기억의 계절이다. 오징어튀김, 고등어, 명절의 콩가루 요리 등이 등장한다. 마른 오징어를 불려 튀겨 먹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창의성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음식은 사람을 연결한다. 책 속의 음식들은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먹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창작촌의 식사, 동네 중국집의 간짜장, 술자리의 대화. 음식은 관계의 촉매제다. 그리고 술은 그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든다. 작가는 ‘술꾼들의 모국어’라는 표현을 쓰며, 술과 글쓰기가 얼마나 밀접한지 보여준다. 술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대화와 기억의 매개체다.

권여선의 문체는 유머와 섬세함이 공존한다.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도 삶의 철학을 녹여내, 가볍지만 깊이 있는 산문을 완성한다. 읽는 동안 독자는 자연스럽게 술 한잔이 생각나고, 자신만의 음식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오늘 뭐 먹지?』는 결국 음식 이야기를 빌려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삶은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하는 자리에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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