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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 강창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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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 강창래

북스지기 2025. 11. 1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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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부엌 앞에서 시작된 이야기

이 책은 한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부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저자 강창래는 평생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왔지만, 칼과 냄비는 그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아내가 말기 암 진단을 받는다. 대장암, 그것도 이미 전이가 진행된 상태였다. 병원에서 돌아온 날, 그는 부엌 앞에 서서 깊은 숨을 내쉰다. 이제부터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아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통해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채우는 것이다.

그 순간, 부엌은 단순한 조리 공간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무대가 된다. 그는 두려웠다. 칼을 잡는 손이 어색하고, 불 앞에 서는 것이 낯설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라면,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는 결심이 그를 움직인다.

첫 요리의 서툰 손길

처음 만든 음식은 콩나물국이었다. 물의 양을 가늠하지 못해 국물이 싱겁고, 콩나물은 퍼져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한 숟가락을 뜨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저자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는 인터넷을 뒤지고, 요리책을 펼치고, SNS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렇게 하나씩 배워간다. 감자전을 부치고, 잡채를 만들고, 짜장면을 시도한다. 시행착오가 많았다. 잡채는 면이 불고, 짜장은 간이 맞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점점 익숙해진다. 요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염식의 고단함과 창의성

아내는 무염식을 해야 한다. 소금 한 꼬집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는 멸치와 다시마, 표고버섯으로 육수를 내고, 채소와 과일로 맛을 살린다. 짜장면을 만들 때도, 떡국을 끓일 때도 그는 아내의 얼굴을 떠올린다. 아내가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면, 그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무염식은 쉽지 않았다. 맛을 내기 위해 그는 수없이 실험한다. 간장 대신 표고버섯을 우려내고, 소금 대신 채소의 단맛을 살린다. 그는 요리의 본질을 다시 배운다. 음식은 간이 아니라, 정성과 시간이라는 것을.

아내와의 대화 : 음식에 담긴 사랑

요리하는 동안, 그는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아내는 종종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그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음식의 맛에 대한 기대, 다른 하나는 삶의 매운맛에 대한 은유이다. 아내는 병세가 악화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는 그 유머에 기대어 하루를 버틴다. 음식 한 숟가락에 담긴 사랑과 눈물이 그들의 마지막 시간을 지탱한다.

병세 악화와 심리 변화

요리 실력이 늘어갈수록, 아내의 병세는 악화된다. 그는 부엌에서 희망을 붙잡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항암 치료는 아내의 몸을 점점 약하게 만든다. 그는 더 많은 요리를 배우고, 더 정성껏 만든다. 그러나 음식은 이제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별을 준비하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는 부엌에서 울고,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는다. 슬픔을 술이나 눈물로 풀지 않고, 글과 요리로 승화시킨다. “슬픔도 글로 쓰면 위로가 된다”는 그의 고백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마지막 부탁 : 글을 다시 쓰라는 말

책의 후반부에서 아내는 마지막 부탁을 한다. “내가 없어도 밥은 제대로 해 먹겠다 싶어서 마음은 편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시작해.” 그 말은 저자의 가슴을 찌른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아내는 그가 다시 글을 쓰길 바란다. 그리고 결국, 아내는 세상을 떠난다. 그 순간, 부엌은 다시 고요해진다. 그러나 저자는 부엌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혼자 밥을 해 먹으며 아내와의 기억을 되새긴다.

이별 이후의 부엌 : 기억을 요리하다

라면밖에 끓이지 못하던 그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요리를 한다. 그는 혼자 밥을 먹으며, 아내가 좋아했던 음식을 다시 만든다. 잡채를 만들 때는 아내가 웃던 얼굴을 떠올리고, 떡국을 끓일 때는 설날의 기억을 되새긴다.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저장소이다. 그는 깨닫는다. 요리는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부엌은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제주 여행과 깨달음

아내가 떠난 후, 그는 제주도로 첫 혼자 여행을 떠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는 그곳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부엌에서 시작된 변화는 그의 삶 전체를 바꾸었다. 그는 이제 요리하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그리고 사랑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요리와 글쓰기의 힘

이 책은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 답을 요리에서 찾는다. 음식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랑과 그리움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그는 슬픔을 글로 쓰고, 요리로 표현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독자에게 말한다. “부엌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에필로그 : 사랑, 음식,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사랑과 이별, 슬픔과 희망을 담은 기록이다. 저자는 부엌에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는 말한다. “요리는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은 기억이다.” 이 책은 그 기억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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