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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 / 문윤수 본문

문윤수는 권역외상센터에서 20년 넘게 환자의 생사 앞에 서 온 외상외과 전문의이다. 그는 화려한 수식이나 의학적 영웅담보다, 오로지 사람으로 인해 버티고 사람으로 인해 무너질 뻔했던 순간을 기록하려 한다. 제목에 담긴 선언 ―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 ― 는 그가 수술실과 중환자실, 응급실과 회복실을 오가며 체득한 결론이다. 그 결론은 기술의 진보나 시스템의 완결성보다 한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손의 온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증명한다. 책은 르포가 아니라 에세이로 호흡을 맞추며, 극한의 현장에서도 작고 따뜻한 것들이 삶을 이어 준다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를 “권역외상센터의 개똥벌레”라고 부르며,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멀지만 꼭 필요한 순간 미약하나 확실한 빛을 내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권역외상센터는 하루의 시간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곳이다. 응급차가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들이닥치고, 생사의 저울은 수분 단위로 기울었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외상외과 의사의 임무는 단순명확하다. 환자가 살아나는 방향으로 단 한 걸음이라도 더 밀어 주는 일이다. 그 한 걸음은 정교한 술기, 빠른 판단, 팀의 협업,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만들어진다. 그가 “환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환자의 몸은 중력처럼 쏟아지는 외력에 의해 급박하게 무너지고, 치료의 시간은 늘 부족하며, 선택의 순간은 냉혹하다. 그러므로 포기는 시합 종료를 의미하고, 종료 후에는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내부 규칙처럼 가슴에 새기고 산다.
이 책의 미덕은 숫자 대신 얼굴을 붙이는 태도에 있다.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여럿의 수술대에 오른 가장은 의료 통계의 분모가 아니라 한 가족의 중심이자 생계를 떠받친 사람이다. 철근에 깔려 희망이 보이지 않던 환자의 회복은 의사에게 ‘가능성’의 의미를 확장해 준 사건이다. 장기기증으로 여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청년은 죽음의 자리에 타인의 삶을 심는 결정이 어떤 윤리적 울림을 남기는지를 증언한다. 낯선 땅에서 삶을 건 외국인 노동자는 의료제도의 경계를 넘어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상기시킨다. 저자는 그들을 ‘환자’로 호명하지 않고, 각각의 서사를 가진 이름 없는 사람으로 기록한다. 이런 태도가 “사람 때문에 버티고 사람 때문에 무너질 뻔한 순간들”이라는 책의 감정선을 분명하게 만든다.

그가 느끼는 강렬한 기쁨의 언어는 ‘바이탈뽕’이다.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는 달리기 선수처럼, 심폐가 다시 움직이고, 혈압과 산소포화도가 살아나는 순간, 외상외과 의사는 설명하기 어려운 고양을 느낀다. 그 감정은 다음 수술실로, 다음 중환자실로 그를 불러들이는 연료가 된다. 동시에 그 감정은 위험한 자기합리화로 흐르지 않도록 자주 점검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생존의 한 순간이 장기적 회복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바이탈의 수치가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고 해서 환자의 삶이 되돌아왔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내력을 같이 버텨주는 것”을 자신의 역할이라고 정의한다. 내력은 유의미한 수치의 바깥에서 사람을 지탱하는 힘이며, 그 힘은 의료진과 가족, 그리고 환자 자신이 함께 붙들어야만 회복으로 변환된다.
저자가 스스로를 성장시킨 도구로 반복해 언급하는 것이 달리기이다. 그는 펜을 잡기 전에 머리로 먼저 글을 쓰는 사람이다. 달리기 중간, 숨이 가빠지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짧은 고비를 넘긴 뒤 러너스 하이가 찾아오듯, 병원에서의 고비도 그렇게 넘어간다. 달리는 동안 교통사고 환자의 얼굴이 떠오르고, 어제의 처치와 수술의 선택이 적절했는지를 반추하고, 오늘 해야 할 설명과 내일 바꿔야 할 태도를 조용히 재정렬한다. 러너스 하이는 감사의 목록을 길게 만들어 주고, 감사는 다음 환자 앞에서 신중함과 용기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마음의 근육이 된다. 그는 외상외과를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의 현실이라고 표현하지만, 그 현실 속에서 환자와 가족의 간절함이 모이면 분명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믿는다.

권역외상센터의 일상은 냉정하다. 감염 위험은 상수이고, 발암물질과 각종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시간은 당직과 수술 스케줄만큼 길다. 수면과 식사는 늘 파괴되고, 몰아치는 케이스 사이에서 감정의 여유는 사치가 된다. 그러나 책은 이 냉정 속에서도 작고 따뜻한 것들이 생존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새벽 두 시, 동기가 건네준 커피믹스 한 잔은 손의 온기를 전하고, 11년 묵힌 참기름은 기다렸던 감사의 시간을 수면 위로 올린다. “선생님 손이 따뜻해서 좋았다”는 유가족의 편지는 손끝으로 전해진 감정의 기록이자, 의사에게도 사람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장면이다. 이러한 장면들은 극한의 현장에서 삶이 계속될 수 있게 하는 작은 온기의 실체를 드러낸다.
책은 또한 윤리와 책임의 무게를 회피하지 않는다. 환자의 몸을 다루는 순간, 의사는 선택의 연속에 놓인다. 어느 정도의 침습적 처치를 허용할 것인지, 어느 시점에 수술을 시작하고 중단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위험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말로 가족을 위로할 것인지가 모두 의사의 언어와 태도에 달려 있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라는 문장은 비장함을 넘어 전문직의 윤리적 태도에 관한 선언으로 읽힌다. 치료의 실패가 곧 삶의 종료로 이어지는 외상 현장에서,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기술만큼이나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마음이 독단이나 무모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그는 팀의 협의와 표준의 가이드라인, 그리고 환자와 가족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환자들의 이야기는 의사의 내면을 거울처럼 비춘다. 억울한 사고로 삶이 무너진 가장은 의사에게 정의감과 분노, 그리고 평정의 균형을 요구한다. 철근에 깔렸던 환자의 회복은 기적이란 단어를 쉽게 쓰지 않게 하는 동시에, 때로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믿음이 치료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힘이 됨을 알려준다. 장기기증 청년의 이야기는 죽음을 통해 삶이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외국인 노동자의 사례는 의료의 경계 바깥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의사에게도 사회적 감수성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는 숫자로 표기되는 환자 대신 각각의 삶을 가진 사람을 기록함으로써, 의학이 인간학과 만나는 접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래 서 있었기에, 우울과 행복의 관계를 다르게 본다.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이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선언이다. 이 선언은 감상적 위로가 아니라 현장의 체험에서 나온 조심스러운 사유이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시 생각되어야 할 가치이고, 살아 있음은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여분의 의미를 지닌다.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고 처음 말을 건네는 순간, 또는 퇴원 후에 가족과 나누는 저녁 식사 한 끼의 시간은 의학적 기록에는 남지 않을지라도 삶의 질을 구성하는 결정적 요소이다. 그는 이러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독자에게 삶의 감각을 되돌려 준다.

팀과 동료의 존재는 이 책에서 사람의 또 다른 얼굴이다. 외상은 개인의 영웅주의로 해결되지 않는다. 응급실의 간호사, 중환자실의 전담 인력, 마취과와 영상의학과, 재활팀과 사회복지사는 하나의 생존으로 수렴하는 다수의 전문성이다. 새벽의 커피 한 잔과 짧은 농담, 수술 전의 조용한 눈빛 교환은 팀의 심박을 맞추는 작은 의식이다. 그는 이 작은 의식들이 환자의 바이탈처럼 팀의 생존을 지키는 신호라고 말한다. 외상센터의 개똥벌레라는 자기호명은 겸손의 수사가 아니라, 팀 전체를 밝히는 작은 빛의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는 태도이다.
책은 또한 한계와 소진에 관해 솔직하다. 끝없는 당직과 수술, 반복되는 위험 노출은 몸과 마음을 소진시킨다. ‘바이탈뽕’의 고양이 다음에 찾아오는 공허는 의사를 흔들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완벽에 대한 강박은 때로는 치료적 판단을 흐릴 수 있다. 그는 이런 소진을 달리기와 글쓰기, 팀과의 대화로 관리하려 한다. 달리기는 몸의 리듬을 되찾게 하고, 글쓰기는 감정의 온도를 낮추며, 대화는 판단의 방향을 다시 사람에게로 돌려놓는다. 소진의 경험을 숨기지 않는 태도는 독자에게도 자신의 삶에서 소진을 인정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한다.

그의 글쓰기는 환자에게 배운 용기와 희망을 다시 환자에게 돌려주는 순환이다. 그는 일기처럼 쌓인 문장을 나침반이라 부른다. 나침반은 감정의 폭풍과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의사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그 방향은 정량화된 지표가 아니라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손의 온기와 무게에서 나온다. 그래서 그는 다음 환자 앞에서 조금 더 바르게 서게 되고, 어려운 가족 앞에서 조금 더 천천히 말하게 된다. 글쓰기는 그에게 의학과 인간학을 연결하는 사유의 기술이며, 달리기와 함께 그의 직업적 윤리를 닦는 훈련이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현장을 넘어 일과 삶의 보편성으로 확장된다. “환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은 외상외과의 특수성을 넘어, 각자의 자리에서 마주하는 일의 시간성과 책임성을 환기한다. 중요한 순간을 미루지 않는 태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 팀과 함께 버티는 연대의 힘은 병원 바깥의 세계에서도 작동한다. 저자는 자신의 일에서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하고, 삶에서 배운 것을 다시 일로 되돌린다. 그 순환은 전문성과 인간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이 책은 결국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본 의사의 기록이다. 그는 의사로서의 기술을 다듬었고, 사람으로서의 마음을 지켰다. 그 과정에서 성장의 원천은 오로지 사람이라는 사실로 수렴한다. 사람은 환자이고 보호자이며 동료이고 가족이며 때로는 낯선 타인이다. 사람은 숫자로 환원되지 않으며,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부르는 이름이고, 따뜻한 손바닥의 온도이며, 새벽의 커피 향이다. 사람은 때로는 슬픔의 원인이 되고, 때로는 기쁨의 근원이 되며, 대개는 두 감정의 경계에서 서로를 지탱한다. 그는 그 경계를 오래 바라보고, 경계의 삶을 버티는 기술을 기록한다.
따라서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는 외상외과의 고군분투기를 넘어, 사람의 힘이 어떻게 생존을 가능하게 하고, 생존이 어떻게 다시 삶으로 변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증언집이다. 책은 독자에게 두 가지 질문을 남긴다. 첫째, 당신의 자리에서 ‘단 한 걸음’은 무엇인가. 둘째, 당신을 성장하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들은 외상센터의 긴박한 공기를 벗어나 일상의 평온 속에서도 유효하다. 단 한 걸음은 오늘 해야 할 설명 한 마디일 수 있고, 포기하지 않고 붙잡는 전화 한 통일 수 있으며, 누군가의 손을 조금 더 오래 잡아 주는 10초일 수 있다. 당신을 성장하게 한 사람은 가족일 수도, 동료일 수도, 낯선 타인의 친절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남긴 온기를 기억하고, 그 온기로 누군가의 오늘을 밝히는 일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그는 다시 사람을 말한다. 사람은 의료의 대상이 아니라 의미의 주체이고, 치료의 목적이자 과정이다. 의사는 사람을 통해 일의 의미를 되찾고, 사람을 위해 기술을 연마하며, 사람과 함께 삶을 배운다. 그래서 그는 외상센터의 개똥벌레로 남기를 소망한다. 반딧불은 작지만 어둠을 이긴다. 큰 빛이 닿지 않는 틈을 메우며, 꼭 필요한 순간 정확히 빛난다. 그 빛은 생존의 길을 한 걸음 밝히고, 절망의 어둠을 잠시 물러나게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빛의 기록이며, 사람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서로를 지켜 보는 마음의 연대에 관한 긴 이야기이다.
요약하자면, 문윤수는 외상이라는 특수한 현장에서 사람을 통해 성장한 의사이다. 그는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바이탈뽕’의 순간을 경험하면서도,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마지막 내력을 함께 버티는 일을 자신의 본령으로 삼는다. 그는 달리기와 글쓰기로 소진을 관리하고, 팀과의 연대로 책임의 무게를 견딘다. 그는 작은 온기가 어떻게 생존을 이어 주는지 증언하고, 살아 있음 자체가 행복의 반대말이 아니라 우울의 반대말임을 새롭게 정의한다. 그리고 그는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자리에서 사람은 어떤 의미인가. 그 질문은 조용하지만 명확하고, 오래 남는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자신의 일과 삶의 현장에서 오늘의 한 걸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한 여러 보도자료와 기사, 서평은 저자의 이력, 권역외상센터의 배경, 책의 핵심 문장을 일관되게 가리킨다.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오랜 시간 환자를 지켜 온 외상외과 전문의의 기록이라는 점, 사람 때문에 버티고 사람 때문에 무너질 뻔했던 순간들을 차분히 되짚는 에세이라는 점, 그리고 살아 있음의 의미를 다시 묻는 문장들이 반복해서 확인된다. 신간 보도와 기사들은 책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압축해 전하며, 독자에게 의료현장 바깥에서도 적용 가능한 보편적 교훈을 건넨다. 이러한 근거를 통해 본 요약의 서술은 사실의 골격과 정서의 결을 함께 담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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